ㄲㄲ 스타리그


신의 손.jpg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B조 1경기 이윤열 대 조용호 in 노스탤지어 스타리그

B1경기 이윤열 대 조용호 in 노스탤지어

 

이윤열은 파나소닉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자였다. 당시 열리던 세 개의 대회에서 모조리 우승을 차지한 그랜드슬래머. 하지만 차기 스타리그였던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죽음의 조에서 12패로 떨어지며 당시 트렌드(?)였던 스타리그 우승자 징크스에 한 몫을 했다. 경기력은 여전히 발군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듀얼토너먼트를 거쳐 다시 올라온 스타리그. 그 끝에는 또 다른 죽음의 조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호는 파나소닉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결승전에서 이윤열에게 패해 준우승자에 머물렀다. 아니, 이윤열의 그랜드슬램 당시 두 개의 트로피와 한 개의 결승 무대를 제공한 당사자가 바로 조용호였다. 시드를 받고 출전한 차기 스타리그에서는 8강에 오르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홍진호와 임요환에 밀려 4강 진출에는 실패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기 시즌, 그의 통산 4번째 스타리그에서는 자신을 무너뜨리고 왕좌에 머무르게 된 상대, 이윤열과 한 조에 속하며 마이큐브 스타리그에서의 첫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천재테란 이윤열, 그리고 그에게 밀려 2인자의 늪에 빠지게 된 목동저그 조용호. 이들의 피할 수 없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B조의 1경기는 유명한 밸런스맵인 노스탤지어에서 펼쳐졌다. 이윤열이 1, 조용호가 5. 예나 지금이나 테저전의 중심논제는 저그의 가스멀티 보유였기 때문에 미네랄은 풍부하지만 가스멀티를 바로 가져가기 힘든 이 맵에서의 두 선수가 어떠한 전략을 보여줄 지는 초유의 관심사였다.

 

두 선수 중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이윤열이었다. 이윤열은 상대 앞마당을 노린 8배럭빌드를 시전하며 배럭이 완성될 즈음 두 기의 scv로 정찰을 시작한다. 그런 이윤열의 행보를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호는 12드론 앞마당 빌드를 선택한다. 그리고 저그의 앞마당이 확인된 순간, 이윤열은 scv를 대거 동원해 치즈러시를 시전한다. 조용호는 이를 오버로드로 확인하고 깜짝 놀라 본진에서 드론 8기를 앞마당으로 이동시켜 마린을 잡아내려 하지만, 미네랄을 찍어 공격한다는 개념이 흔치 않았던 당시라 scv의 블로킹에 막혀 헛되이 드론만 잡힌 채 앞마당을 취소당하게 된다.

 

이윤열은 벙커도 짓지 않고 앞마당을 취소시켰기 때문에 꽤나 이득을 본 상황. 이후 아카데미보다 빠르게 팩토리를 올려주며 또다른 테크플레이를 예고한다. 반면 초반 치즈러시에 앞마당을 취소당한 조용호는 울며 겨자먹기로 레어를 올리지 않고 4해처리 플레이를 시도하며 앞마당, 그리고 곧바로 6시에 있는 가스멀티를 가져간다. 히드라만으로 버티며 다수 멀티의 자원으로 승기를 되찾아오겠다는 도박수를 던진 것이다.

 

첫 번째로 선보인 카드는 속업 벌쳐 세 기였다. 하지만 이는 조용호가 앞마당에 지어놓은 성큰 두기, 그리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히드라 네 기에 의해 드론 한 기만을 잡은 채로 헛되이 낭비되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한 기의 벌쳐는 이후의 카드에 공헌하게 된다.

 

이윤열이 두 번째로 선보인 카드는 첫 번째 카드에 연계되어 펼쳐진 바이오닉 드랍이었다. 살아남은 한 기의 벌쳐를 일부러 6시 언덕 쪽으로 빼내며 그곳에 시선을 집중시킨 이윤열은 파이어뱃 한 기가 섞인 드랍쉽 병력을 내리는데 성공, 드론 다섯 기를 잡고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진행되었다면 조용호의 상황이 그다지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일단 저그의 멀티가 세 개, 해처리가 네 개인 상황인지라 드론 다섯 기 정도야 별 피해도 아니었다. 이후 미네랄의 힘으로 테란의 병력을 압도하는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진행되었다면.

 

하지만 조용호는 제 손으로 무덤을 파고 드러누웠다. 제풀에 놀라 6시 멀티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6시 언덕으로 도망갔던 벌쳐는 6시에 해처리가 펴져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잡혔고, 드랍쉽에 타고 있던 병력은 이미 조용호가 보유한 발업 히드라와 저글링으로 충분히 커버가능한 상황이었다. 헌데도 해처리를 취소해버리고 드론을 숨기는 선택을 했다. 그나마도 지나가던 드랍쉽이 발견, 드론만 잡고 도망쳐버리는 상황이 나왔다. 테란은 드랍쉽과 벌쳐로 신을 내지만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저그가 될 상황이 ESC 키 하나로 순식간에 최악으로 돌변한 것이다.

 

테란의 테크는 사이언스 퍼실리티를 제외하면 끝까지 올라가있고 머신샵에서는 시즈모드 업그레이드가 돌아가는 상황, 게다가 앞마당에 커맨드가 안착해버렸다. 반면 저그는 그제야 레어가 올라가는 상황. 조용호는 이를 뒤집기 위해서 6시와 7시 스타팅을 동시에 가져가는 선택을 한다. 이윤열이 테크플레이 직후 앞마당 커맨드를 지음에 따라 병력이 부족할 것이고, 때문에 빠르게 공격을 올 수 없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시의적절한 판단.

 

하지만 이윤열은 역시 이윤열이었다. 적은 배럭을 커버하기 위해 한 번에 배럭을 5개 더 늘려 6배럭 생산체계를 갖춘 것이다. 팩토리에서는 계속해서 탱크가 쏟아졌고, 다수의 배럭에서도 마린과 메딕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 영악한 천재 테란은 탱크 여섯 기가 모인 순간, 병력은 앞마당에 벙커 세 개를 남기며 진출한다.

 

이를 확인한 조용호는 이윤열의 병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의 주력병력을 왼쪽으로 돌려 마치 빈집을 들어갈 것처럼 모션을 취한다. 네가 앞으로 가는 순간 네 앞마당은 공격당할거라는 듯. 하지만 조용호는 벙커를 세 개나 지어놓고 나오는 테란의 패기를 미처 알지 못했고, 이윤열은 순식간에 조용호의 앞마당을 제거하며 조용호의 병력을 벙찌게 만들었다. 뒤늦게 달려가봤지만 히드라 럴커조합은 탱크 다수가 포함된 테란병력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외려 자신의 앞마당에 있는 좁은 다리지형에 휘말려 피해만 보고 병력을 퇴각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테란은 첫 진출병력으로 저그의 본진까지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9시에 견제가 들어온 드랍쉽을 걷어내었다고 한들, 11시에 멀티를 하려던 이윤열의 시도를 무산시켰다 한들 본진이 밀려버린, 멀티가 두 개나 밀려버린 저그의 미래는 암울했다. 게다가 저그의 본진을 밀어버린 병력이 시퍼렇게 살아서 2차 진출병력과 합쳐진 순간, 저그의 미래는 사라져버렸다. 살아남았어도 테란의 병력에 이리저리 몰이사냥을 당하던 조용호의 병력은 결국 다수 탱크에 녹아버렸고, 9시 그리고 7시 멀티까지 장악당한 조용호는 지지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스타리그에서, KPGA에서 결승전을 치뤘던 두 선수가 다시 만났다. 그리고 승자는 여전히 이윤열 선수였다. 비교적 원사이드한 경기였지만, 6시 해처리를 취소하는 실책이 없었다면 후반 뚝심운영으로 유명했던 조용호가 승리를 가져갈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점 : ●●●○○

 

경기의 포인트 : 8배럭 이후 치즈러시, 3연벙으로 테란이 저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이윤열과 초반 치즈러시에 의한 피해, 그리고 드랍쉽으로 인한(비록 자신이 입은 피해에 자신이 더 크게 일조했음에도)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 조용호. 만일 이윤열이 첫 진출에 대해 조금만 망설였더라면 경기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왜 그가 천재테란인지를 보여준 신의 한수였다.


A조 6경기 임요환 대 이재훈 in 기요틴 스타리그

A조 6경기 임요환 대 이재훈 in 기요틴


 프로토스전은 불안한, 저그전은 스페셜하다고 일컬어지던 황제 임요환. 저그전은 불안한, 테란전은 스페셜이라는 말마저도 아깝다고 일컬어지던 옵드라의 최강자 이재훈. 두 선수의 대결은 임요환이 이재훈을 지목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두 선수 모두 1승 1패의 상황이 되고, 이긴 사람만이 8강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그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이미 지난 대회 우승자가 탈락한 마당에, 2회 우승에 2회 준우승의 기록이 있는 '황제'라고 떨어지지 못할 리 없다. 특히나 종족은 토스에 테란이라면 닥치는대로 이기는 이재훈, 그리고 맵마저 기요틴. 토스가 괜찮은 맵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단두대의 목표가 정해질 운명의 매치가 시작되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임요환 5시, 이재훈 11시. 위치운은 이재훈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가로방향이나 세로방향이었다면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 강력한 조이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대각선이라면 조이기 뿐만 아니라 병력 진출도 힘들어지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이재훈의 서치는 가로방향 먼저, 그리고 대각선으로 내려와 자신의 세로방향인 7시를 정찰한 뒤, 가장 마지막에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안정적인 운영인 옵드라의 대가답게 먼저 상대방이 자신에게 불리한 위치인지 아닌지를 확인한 것. 상대가 대각선임을 확인하자 원게이트에서 사업을 돌리며 로보틱스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를 테란전 무적으로 만들어 준 옵드라를 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 맞춰간다면 뭘 못막을까. 그래서 이재훈은 안정적으로 옵저버를 뽑으면서 2게이트 상황에서 드라군을 뽑기 시작한다.

 여기서 임요환은 전략적인 승부를 건다.

 임요환은 1팩토리에서 탱크를 생산해주면서 팩토리나 커맨드를 추가하지 않고 본진에 배럭을 두 개 더 늘린다. 그리하여 본진에 있는 배럭은 세 개가 되었고, 아카데미가 추가되면서 배럭에선 마린과 메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임요환은 그의 장기, 바이오닉을 선보일 수 있는 소위 바카닉을 준비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바카닉의 단점은 단 한번에 밀어버려야 한다는 것. 만일 상대방에게 리버나 템플러가 추가된다던가 하는 상황까지 전개가 되면 그걸로 게임은 끝나버린다. 저그전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운영이 필요한, 날카로운 타이밍과 완벽한 컨트롤이 동반되어야 하는, 그렇지 못한다면 답이 없을 그런 외줄타기 운영이 바로 바카닉이기 때문에 배럭이 늘어남과 동시에 임요환의 곡예는 시작되었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이윽고 이재훈의 옵저버가 임요환의 입구에 도착한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메딕. 바카닉이다. 이재훈은 앞마당에 넥서스를 소환하고있는 상황이었고, 이미 드라군 7기가 나와있었다. 게이트도 3개째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앞마당도 하고 있던 상황. 이재훈은 드라군의 숫자로 이를 막을 수 있겠다고 판단, 드라군을 전진배치한다. 병력이 자신의 입구쪽에 도착하는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면서 병력을 깎아먹기 위해서다. 자신의 드라군 컨트롤이라면 천천히 병력을 깎아먹으며 자신의 입구쪽에서는 본진에서 나온 병력과 합세해 테란의 병력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재훈은 다가오는 병력을 맞이한다.

 임요환의 입장에서도 이재훈의 옵저버는 반가웠다. 마침 탱크가 한 기 더 나오면서 다섯기가 된 상황. 입구쪽에 시즈모드가 되어있던 탱크들의 모드를 모두 풀어버리며 전진을 시작한다. 이재훈의 옵저버가 도착했다는 것은 임요환의 전략이 들키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임요환이 가져온 전략의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 병력과 빠르게 충원되는 마린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임요환은 드라군을 맞이해 병력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군을 잡아내야했다.

 이재훈은 확실히 노련한 프로토스였다. 드라군을 테란의 병력에게 자꾸 보여주며 시즈모드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테란의 타이밍은 점점 늦춰졌다. 하지만 바카닉 병력을 앞마당까지 보호하며 막을 자신이 없었던 이재훈은 이제 번쩍거리며 나타나기만 하면 될 앞마당 넥서스를 취소하고, 7시 앞마당에 있던 프로브로 7시 앞마당쪽에 넥서스를 올린다. 실책 중의 실책이었다. 건물 취소로 소모된 미네랄 손해도 손해지만, 지금 타이밍만 막으면 이기는 상황인데 너무 자신만만했다. 결국 탱크에 맞고, 마린에 맞던 드라군 두기가 11시 입구에서 죽었고, 본진에서 충원된 드라군 두기와 함께 입구를 사수하려하나 시즈모드가 된 탱크와 마린의 공격에 의해 드라군 세기만 더 잃고 본진으로 밀려나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이재훈은 7시에 밝혀져있는 시야를 이용, 미네랄을 찍어 프로브를 전투에 동원한다. 이 상황에서 드라군은 8기. 프로브 컨트롤만 잘 해 준다면 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막기만 한다면 7시 앞마당쪽에 있는 넥서스가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은 이재훈의 편이 아니었다. 프로브가 미네랄을 찍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뭉쳐서 이동하는 사이, 탱크의 포격이 그 가운데로 떨어져버린 것. 프로브는 한순간에 터져버렸고, 드라군은 마린에 녹아내렸으며, 전용준 캐스터는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퉁퉁퉁퉁퉁퉁 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결국 병력과 프로브 모두 사라져버린 이재훈은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전략적인 승부를 보려고 한 임요환. 그리고 맵이 좋으니까, 내가 무난한 것을 잘하니까 무난한 옵드라로 경기를 무난히 하려 했던 이재훈. 마치 임요환 대 박경락의 데자부를 보는 듯 했다. 하던 대로 하면 이긴다. 프로게이머에게 이런 생각을 품는 것보다 더 큰 독이 되는 것이 있을까?

평점 : ●●●●○

경기의 포인트 : 임요환의 전략적인, 옵저버 타이밍에 나가는 바카닉. 그리고 그 전진속도를 늦추기 위한 드라군의 무빙. 사실 드라군 무빙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단지 벌어놓은 시간을 허비했을 뿐. 임요환의 타이밍이 이재훈의 정신세계를 무너뜨린 것일까. 그만큼 날카로운 타이밍은 예술이었다.

A조 5경기 이윤열 대 박경락 in 기요틴 스타리그

A조 5경기 이윤열 대 박경락 in 기요틴

 

 온게임넷엔 우승자 징크스가 있다. '지난 시즌의 우승자는 16강에서 탈락한다'는 것. '천재' 이윤열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 선수 1승 1패로 자신이 상대방을 이기지 못하면 탈락 위기에 처한 것. 그리고 상대는 테란전 전적 10승 3패의, 지난 시즌에도 매서운 테란전을 선보였던 저그 박경락이었다. 이기면 8강, 지면 탈락. 

 지난 시즌 우승자와 지난 시즌 4강에 올랐던 두 선수의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는 말 그대로 기요틴(단두대)에서 시작되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이윤열 1시, 박경락 7시. 일단 대각선 방향이라는 점은 박경락에게 조금 더 웃어주었다. 기요틴의 맵 특성상 두번째 해처리를 입구쪽에 펴지 않으면 빠른 타이밍에 진출하는 2배럭 아카데미 병력을 막기 힘들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입구쪽에 해처리를 펴고 나서 세번째 해처리를 짓게 된다. 두번째 해처리를 자원이 없는 곳에 펼치면서 3해처리 빌드를 타기 때문에 늦는 테크를 러시거리를 이용해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윤열은 서플라이를 이용, 자신의 입구쪽을 좁히면서 투배럭 아카데미를 갔고, 박경락은 설명한 바와 같이 입구쪽에 해처리를 먼저 펴는 3해처리 빌드를 사용했다. 무난한 테저전의 빌드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윤열은 자신의 자리가 결코 좋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각선이기에 잃어버릴 수 있는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다. 메딕이 추가되기 전 생마린이 진출한 것이다. 박경락의 본진엔 아직 이윤열의 scv가 남아있는 상황. 저글링 숫자도 확인되었겠다, 주저없이 전진한 이윤열의 마린은 오버로드로 이를 확인한 박경락이 성큰을 만들도록 강요했고, 이에 박경락은 원래 완성되어있던 성큰 한기에 추가로 두기를 더 건설해야했다.

 그리고 이윤열은 크나큰 실수를 한다.

 생마린 상태로 스팀팩을 누른 뒤 박경락의 본진 안쪽으로 달려버린 것. 하지만 때마침 성큰 한기가 추가로 완성되었고, 열기의 마린 중 다섯 기는 들어오다 죽었으며, 뒤늦게 도착해 마린을 따라 난입하려던 메딕 두 기는 세번째 성큰까지 완성됨에 따라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성큰의 촉수에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마린 다섯기도 오버로드 한기를 잡는 성과는 거두었으나 메딕도 없는 상황에 약물을 과다복용함으로써 오리지날 시절 테란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발업도 안된 저글링에 죽어야 했다.

 본진엔 세번째 배럭이 올라가고 있던 상황, 좀 더 기다려서 큰 한방을 노렸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초반에 저그에게 압박을 줄 마린메딕 한부대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테란은 저그의 느린 테크를 이용할 방도가 사라졌다. 일단 성큰 세 기를 짓고 저글링을 뽑게 만든 면은 크지만, 3해처리라는 측면은 가용 라바의 숫자가 2해처리보다 훨씬 많다는 점 때문에 그정도 피해는 테란이 병력을 잃어버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때문에 이윤열은 급하게 팩토리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테크에 맞춰가기 위함이었다. 앞마당을 먹지 않은 테란은 스캔의 한계때문에 러커가 까다로울 수 밖에 없어 빠르게 탱크와 베슬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경락은 역시 공공의 적이었다. 레어가 완성된 뒤 그가 택한 테크는 앞마당쪽의 스파이어.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본진 레어 옆에 히드라덴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테란이 스캔을 뿌릴 때 완벽하게 속여넘기기 위함이었다. 뮤탈이 나옴과 동시에 저글링을 센터쪽으로 보내 테란의 바이오닉 병력의 이동을 확인한 박경락은 입구쪽에 성큰을 늘린다. 테란의 병력을 피해 돌아간 뮤탈은 이윤열의 배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마린들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이미 박경락의 본진 앞에 도착한 이윤열의 병력은 돌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선택한 레어테크의 병력인 뮤탈이 자신의 본진에 있는 상황에서 눈 앞에 보이는 성큰 세기+콜로니 두기의 자태는 두부대 정도의 바이오닉 병력이 있던 이윤열에게는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그 다음 상황은 뻔했다. 마린과 파이어뱃의 약물 복용, 그리고 메딕을 앞세운 어택명령. 러커도 아니겠다, 거리낌없이 마린메딕은 성큰을 없애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발 밑에서 일제히 일어서는 버로우 저글링.

 파이어뱃이 무려 세기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잡힌 마린은 몇 기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큰이 완성될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기 때문에 나머지 두기의 성큰이 차례로 완성되었고, 결국 성큰 한 기만을 파괴한 채 전 병력이 전멸했다. 본진에선 뮤탈이 신나게 깽판을 부려놓은 상태. 벙커가 지어져 결국 막아내긴 했으나 테란이 모아놓아야 할 병력이 사라져버린 상태. 박경락은 8시에 해처리가 펴지며 3가스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었고, 이윤열은 베슬 두기, 마린 한부대가량이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박경락은 러커가 나온 상황. 이대로 달리면 끝이 날 듯 했다.

 그리고 박경락의 저글링, 러커, 아까 살아남은 뮤탈이 이윤열의 입구쪽으로 달렸다. 이윤열이 그것을 막기란 요원해 보였다. 헌데, 막혔다. 베슬이 이레디에잇이나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건 것도 아니었다. 공업된 마린의 힘과 극도의 집중력, 그리고 그로 인한 완벽한 컨트롤을 통해 막아낸 것이다. 앞선 병력이 막히자 박경락은 재차 히드라러커 병력을 보낸다. 저럴과 히럴의 파괴력은 천지차이. 가격대 성능비가 문제인거지 성능 자체는 히럴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막힌다. 러커가 하나 하나 버로우하는 사이 그것을 모두 점사를 해버려서 잡아내버린 것이다. 아무리 업에서 앞서고 있다고 하나 이런 압도적인 컨트롤은 '이게 바로 이윤열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이윤열은 앞마당을 준비하며 장기전 대비를 한다. 하지만 그나마 그 앞마당도 쉽게 가져가진 못했다. 앞마당에 미리 저글링 세기를 버로우시켜놨다가 scv가 앞마당을 짓자마자 일어나 scv를 공격한 것. 그로 인해 앞마당이 취소되어 이윤열의 앞마당은 한타이밍 더 늦춰졌다.

 그래도 일단 앞마당의 저글링이 정리되며 한결 여유를 찾은 상황. 곧 앞마당이 완성되는 타이밍이 되자 이윤열은 다수 모아진 탱크를 이용, 서서히 진격하기 시작한다. 저그가 10시에 또다시 해처리를 폈고, 5시에도 해처리를 지으며 하이브를 가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견제를 해야되는 것이다. 서서히 진격한 이윤열은 길을 막는 러커를 이레디에잇과 퉁퉁포로 제거하며 기요틴의 중앙에서 왼쪽, 저그와 가까운 곳에 탱크를 시즈모드하며 진을 친다. 저그 또한 먹는 자원이 있는 만큼 히드라와 럴커 다수가 있는 상황. 박경락은 눌러앉은 테란의 병력을 위아래에서 각각 럴커와 히드라로 덮치면서 테란의 병력을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마린과 메딕 몇기는 살아돌아갔으나 가장 중요한 전력인 탱크를 전부 잡아냈기 때문에 저그에겐 이제 거리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테란은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이윤열은 포기하지 않았다. 5시에 해처리가 펴지자마자 곧바로 소수 병력을 보내 날려버리고, 드랍쉽을 통해 8시지역의 가스건물 파괴 및 7시 앞마당지역 드론을 모두 잡아버린것이다. 게다가 그 드랍쉽의 병력만 가지고 울트라리스크 케이번까지 날려버렸기 때문에 울트라 업그레이드 타이밍을 늦춤에 따라 자신의 진출 타이밍을 다시 얻어낼 수 있었다. 2팩토리에서 다시 모은 탱크, 원스타에서 꾸준히 뽑아낸 베슬. 이윤열은 이를 가지고 또다시 저그의 본진 앞쪽에 자리를 잡는다. 8시는 해처리가 개방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곧바로 마린을 보내 파괴해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박경락이 오히려 바라마지 않던 상황. 이미 나와있던 울트라리스크와 다시 울트라리스크 케이번을 지어 새로 뽑아낸 울트라와 히드라로 따로 떨어져 있는 탱크들을 공격해 들어간 것이다. 바이오닉 병력은 황급히 탱크로 돌아왔지만 이미 탱크는 다 잡혔고, 베슬이 울트라에 건 이레디에잇에 오히려 마린들이 녹아나는 상황. 그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박경락의 울트라는 발업, 방업이 동시에 완성된다. 풍부한 자원을 이용, 케이번을 두 개를 동시에 올린 까닭이었다.

 박경락은 멀티를 하나 내줬지만 다른 두 곳에 멀티를 늘리고, 날아간 멀티 또한 복구한 상황. 저그가 너무 좋아져버린 이 상황에서 이윤열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다시 병력을 모아서 진출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새로운 멀티를 선택하며 더 장기전으로 끌고가려는 생각은 6가스를 먹은 저그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이번엔 울트라를 상대하기 위해 탱크의 비중을 더 늘린 이윤열의 병력이 또다시 박경락의 입구에 자리잡았다. 동시에 5시 앞마당쪽으로 달리는 소수병력과 탱크 한 기. 앞마당을 조이며 상대의 멀티를 차근차근 끊어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풀업된 울트라가 위아래에서 달려드는 것을 결국 막지 못해 또다시 이윤열의 한방병력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5시 앞마당은 파괴했으나 이미 자신의 앞마당 자원은 떨어진 상황이었고, 상대는 아직도 자원이 들어오는 해처리가 세군데였다. 결국 미네랄을 릴레이채취하던 이윤열은 박경락의 울트라가 자신의 남은 병력을 모두 잡아내자 GG를 치게 된다.

 초반 무리한 공격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낸 이윤열이 그걸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봤지만, 상대는 테란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박경락이었다. 격차는 버로우 저글링으로 한 번 더, 뮤탈로 한 번 더 벌어졌으며 그 격차는 자원이 되었고 그 자원은 울트라리스크의 어금니와 다리가 되어 이윤열에게 돌아왔다. 강력한 상대인만큼 리스크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물론 이윤열의 위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발군이었다. 박경락이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Guillotine, 이 날카로운 단두대는 전 대회 우승자를 참혹하게 떨어뜨렸다. 6주차의 경기 또한 기요틴에서 벌어진다. 과연 이 단두대에서 처형될 마지막 사람은, 그리고 이 단두대를 벗어나 최종 승자가 될 또다른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평점 : ●●●◐○

경기의 포인트 : 러커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바이오닉 병력들이 성큰에 달려드는 순간 일제히 일어나는 박경락의 버로우 저글링. 그리고 그 이후 들어오는 저글링 러커, 히드라 러커를 환상적인 컨트롤로 막아내는 이윤열. 상황이 기울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내려는 이윤열과 그 해법을 차례차례 무마시키는 박경락의 치열한 공방전이 멋지다.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