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5일
A조 6경기 임요환 대 이재훈 in 기요틴
A조 6경기 임요환 대 이재훈 in 기요틴
프로토스전은 불안한, 저그전은 스페셜하다고 일컬어지던 황제 임요환. 저그전은 불안한, 테란전은 스페셜이라는 말마저도 아깝다고 일컬어지던 옵드라의 최강자 이재훈. 두 선수의 대결은 임요환이 이재훈을 지목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두 선수 모두 1승 1패의 상황이 되고, 이긴 사람만이 8강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그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이미 지난 대회 우승자가 탈락한 마당에, 2회 우승에 2회 준우승의 기록이 있는 '황제'라고 떨어지지 못할 리 없다. 특히나 종족은 토스에 테란이라면 닥치는대로 이기는 이재훈, 그리고 맵마저 기요틴. 토스가 괜찮은 맵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단두대의 목표가 정해질 운명의 매치가 시작되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임요환 5시, 이재훈 11시. 위치운은 이재훈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가로방향이나 세로방향이었다면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 강력한 조이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대각선이라면 조이기 뿐만 아니라 병력 진출도 힘들어지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이재훈의 서치는 가로방향 먼저, 그리고 대각선으로 내려와 자신의 세로방향인 7시를 정찰한 뒤, 가장 마지막에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안정적인 운영인 옵드라의 대가답게 먼저 상대방이 자신에게 불리한 위치인지 아닌지를 확인한 것. 상대가 대각선임을 확인하자 원게이트에서 사업을 돌리며 로보틱스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를 테란전 무적으로 만들어 준 옵드라를 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 맞춰간다면 뭘 못막을까. 그래서 이재훈은 안정적으로 옵저버를 뽑으면서 2게이트 상황에서 드라군을 뽑기 시작한다.
여기서 임요환은 전략적인 승부를 건다.
임요환은 1팩토리에서 탱크를 생산해주면서 팩토리나 커맨드를 추가하지 않고 본진에 배럭을 두 개 더 늘린다. 그리하여 본진에 있는 배럭은 세 개가 되었고, 아카데미가 추가되면서 배럭에선 마린과 메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임요환은 그의 장기, 바이오닉을 선보일 수 있는 소위 바카닉을 준비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바카닉의 단점은 단 한번에 밀어버려야 한다는 것. 만일 상대방에게 리버나 템플러가 추가된다던가 하는 상황까지 전개가 되면 그걸로 게임은 끝나버린다. 저그전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운영이 필요한, 날카로운 타이밍과 완벽한 컨트롤이 동반되어야 하는, 그렇지 못한다면 답이 없을 그런 외줄타기 운영이 바로 바카닉이기 때문에 배럭이 늘어남과 동시에 임요환의 곡예는 시작되었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이윽고 이재훈의 옵저버가 임요환의 입구에 도착한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메딕. 바카닉이다. 이재훈은 앞마당에 넥서스를 소환하고있는 상황이었고, 이미 드라군 7기가 나와있었다. 게이트도 3개째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앞마당도 하고 있던 상황. 이재훈은 드라군의 숫자로 이를 막을 수 있겠다고 판단, 드라군을 전진배치한다. 병력이 자신의 입구쪽에 도착하는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면서 병력을 깎아먹기 위해서다. 자신의 드라군 컨트롤이라면 천천히 병력을 깎아먹으며 자신의 입구쪽에서는 본진에서 나온 병력과 합세해 테란의 병력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재훈은 다가오는 병력을 맞이한다.
임요환의 입장에서도 이재훈의 옵저버는 반가웠다. 마침 탱크가 한 기 더 나오면서 다섯기가 된 상황. 입구쪽에 시즈모드가 되어있던 탱크들의 모드를 모두 풀어버리며 전진을 시작한다. 이재훈의 옵저버가 도착했다는 것은 임요환의 전략이 들키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임요환이 가져온 전략의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 병력과 빠르게 충원되는 마린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임요환은 드라군을 맞이해 병력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군을 잡아내야했다.
이재훈은 확실히 노련한 프로토스였다. 드라군을 테란의 병력에게 자꾸 보여주며 시즈모드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테란의 타이밍은 점점 늦춰졌다. 하지만 바카닉 병력을 앞마당까지 보호하며 막을 자신이 없었던 이재훈은 이제 번쩍거리며 나타나기만 하면 될 앞마당 넥서스를 취소하고, 7시 앞마당에 있던 프로브로 7시 앞마당쪽에 넥서스를 올린다. 실책 중의 실책이었다. 건물 취소로 소모된 미네랄 손해도 손해지만, 지금 타이밍만 막으면 이기는 상황인데 너무 자신만만했다. 결국 탱크에 맞고, 마린에 맞던 드라군 두기가 11시 입구에서 죽었고, 본진에서 충원된 드라군 두기와 함께 입구를 사수하려하나 시즈모드가 된 탱크와 마린의 공격에 의해 드라군 세기만 더 잃고 본진으로 밀려나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이재훈은 7시에 밝혀져있는 시야를 이용, 미네랄을 찍어 프로브를 전투에 동원한다. 이 상황에서 드라군은 8기. 프로브 컨트롤만 잘 해 준다면 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막기만 한다면 7시 앞마당쪽에 있는 넥서스가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은 이재훈의 편이 아니었다. 프로브가 미네랄을 찍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뭉쳐서 이동하는 사이, 탱크의 포격이 그 가운데로 떨어져버린 것. 프로브는 한순간에 터져버렸고, 드라군은 마린에 녹아내렸으며, 전용준 캐스터는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퉁퉁퉁퉁퉁퉁 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결국 병력과 프로브 모두 사라져버린 이재훈은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전략적인 승부를 보려고 한 임요환. 그리고 맵이 좋으니까, 내가 무난한 것을 잘하니까 무난한 옵드라로 경기를 무난히 하려 했던 이재훈. 마치 임요환 대 박경락의 데자부를 보는 듯 했다. 하던 대로 하면 이긴다. 프로게이머에게 이런 생각을 품는 것보다 더 큰 독이 되는 것이 있을까?
평점 : ●●●●○
경기의 포인트 : 임요환의 전략적인, 옵저버 타이밍에 나가는 바카닉. 그리고 그 전진속도를 늦추기 위한 드라군의 무빙. 사실 드라군 무빙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단지 벌어놓은 시간을 허비했을 뿐. 임요환의 타이밍이 이재훈의 정신세계를 무너뜨린 것일까. 그만큼 날카로운 타이밍은 예술이었다.
# by | 2008/10/25 08:37 | 트랙백 | 덧글(0)



